2000년에 시작한 미국 생활을 마무리할 때가 다 되어갑니다. 어느새 17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다른 때는 왕복비행기표를 끊었는데 이번에는 편도비행기표를 알아보면서 조금씩 한국으로 귀국한다는 것이 실감납니다.
원래 계획은 3월 26일에 이취임 예배를 드리고 3월 27일 출국하여 한국시간으로 3월 28일부터 교회 출근을 시작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 은혜로 이취임 예배가 일주일 앞당겨져서, 저와 제 아내가 일주일간의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안식년 휴가 거의 전부를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지냈기 때문에 제 아내의 아쉬움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귀국하는 길에 하와이에서 몇일 쉬었다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3월 20일 오전 9시 22분에 산호세 공항에서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구입했습니다. 이곳저곳 다니지 않고, 기도원 간 심정으로 한 곳에 쭉 죽치고 있으며 바다보고 휴식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저의 한국 생활과 한국 목회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이민가방 8개를 가지고 시작한 미국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집 이 곳 저 곳에 짐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가져갈 물건이라고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16년이 넘는 미국생활 가운데 구입한 가구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구입한 가전제품도 없습니다. 선물로 받았던지 주워서 고쳐 쓰던지 얻어서 쓴 물건들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주고 갈만한 것도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가져가던지 버리던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처음에는 이민가방 4개에 짐을 채워서 갈 생각이었으나, 하와이를 거쳐서 가기로 했기 때문에 짐은 배로 부쳐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짐을 배로 부칠 때는 최소한 3큐빅 미터의 량을 채워야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구입해서 쓰려면 또 돈이 들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을 몇 가지 챙기고 있습니다. 주로 주방용품과 옷들이네요. 책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거의 다 버리고 갈 생각입니다.
2월 말에 이기준 목사님 부부가 어스틴늘푸른교회에서 일주일 정도의 미니연수를 갖게 됩니다. 그전에 엘림1호의 짐을 다 정리하고, 그 기간 동안에 저희 가족은 2층에서 은석이와 함께 머물면서 엘림1호에 새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할 예정입니다. 페인트칠 다시하고, 꼭 고쳐야 할 것들을 수리하게 될 것입니다. 수리가 끝나면, 이 목사님 가족이 1호로 이사를 하고, 저희 가족은 떠나는 날까지 엘림 3호에서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엘림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도 이외에 렌트를 주지 않기로 이미 결정을 하고, 전적으로 그렇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엘림3호는 교회에서 필요한 교역자를 모시기까지는 비워두거나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이 목사님과 동역할 교역자님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중인데, 우리 교회에 꼭 맞는 교역자님을 찾기 전까지는, 당회와 이 목사님께서 허락을 해주셔서, 석민애 선생님과 석희민 선생님이 당분간 거주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역자가 찾아지는 대로 즉시 이사할 거처를 찾아 옮기게 될 것이고, 둘 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스탠포드와 버컬리에 입학지원서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 합격하면 학교기숙사로 이사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석민애 선생님은 지금까지 담임목사님의 딸이어서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온 측면이 있지만, 실제 사역의 수준과 강도와 헌신은 웬만한 전문 사역자 이상입니다. 그리고 엘림 3호에서 석민애 선생님과 석희민 선생님이 임시로 거주하지만, 우리 유쓰 사역의 사역 현장으로도 사용될 것입니다. 성도님 여러분들께서도 기쁜 마음으로 양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의 미국생활은 참 행복했습니다. 그 중 시온영락에서의 7년 6개월은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하나님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시온영락가족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