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한국에 온지 어느새 7주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너무나 많은 일들이 펼쳐졌고 그리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특별히 하나님께서는 제가 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보여주셨고, 그러한 저의 태도를 좋아하지 않으심을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평창에서 있었던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이어서, 1박 2일 동안 지역목자 수련회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지역목자가 아니기 때문에 참가 자격도 없고 또 저 역시 참여할 마음도 없었는데, 이곳에서 처음 만난 한 목사님이 저를 강제로 참여시키셨습니다. 알고 보니 다른 목사님들은 회비를 내고 참석하셨는데 저희 부부는 회비조차 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의 시간이었음이 틀림이 없다고 여겨집니다.
이 수련회에서 DISC라는 행동경향 검사에 대한 특강도 듣고 또 검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우리 교회에서도 한 번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이 검사를 통해서 타고난 행동경향(위기상황이나 편안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현재 환경에서 보여주는 행동 경향 그리고, 이 둘을 합한 종합적인 행동경향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는 셋다 완벽주의자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이 되었습니다. 완벽주의자라고 하기에는 저 자신이 너무나 헛점이 많은 사람이어서 상상조차 못한 결과였습니다.(완벽주의자라고 해서 모든 영역에서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탁월함을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가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완벽주의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아주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수준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비판적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신앙의 훈련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향한 요구나 기대는 거의 내려놓아진 상태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저 자신을 향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잣대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봅니다. 이것이 때로는 열등감으로 때로는 겸손함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과 다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깊이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저는 다른 교회에서 설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설교하고 사례받는 것은 너무나 불편합니다. 강사라고 미리 대접을 해 주실 경우에는 견디기 어려울 만큼 부담스럽습니다. 저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살펴보면 이것은 겸손해서가 아닙니다. 미리 대접을 받으면, 그리고 대접을 잘 받으면 잘 받을 수록 혹시 성도님들이 대접한 만큼 그리고 사례한 만큼 은혜를 받지 못한 것처럼 보일 때 “내"가 얼마나 우스운 사람이 될까에 대한 염려와 부담이 저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보내셨나? 하나님께서 주신 메세지인가? 하는 질문들인데, 저는 저 자신의 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고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는 것입니다. 저의 완벽주의자 행동 경향이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써 주실 하나님을 믿어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저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말씀하실 것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서 큰 은혜를 베풀 것이다.” 마음을 담아서 믿음의 선언, 믿음의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설교해달라는 요청도 삐죽거리며 거절하지 않고 수락했습니다. 강사라고 대접해 주시는 것도 “하나님께서 나를 써 주실 것을 믿기 때문에" 하나님의 사람으로 당당하게 받고 누리기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믿음의 말대로” 하나님께서 저를 통해서 말씀하시고 은혜를 베푸시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영역에서 계속해서 자라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그리고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 때문에" 믿음의 말을 하기를 연습해 보세요. 서로가 서로에게 비판의 말이 아니라 믿음의 말을 주고 받는,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 믿음의 말에 역사하시는 그런 아름다운 교회를 기대하며 사모합니다. “시온영락교회는 영혼구원하고 제자 세우는 교회를 넘어서, 형제 교회를 섬기고 세우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교회로 자라갈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