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이후 개혁교회에서는 하나님이 제정하신 거룩한 예식을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세례와 성찬이 그것입니다. 세례는 한 사람의 평생에 한 번 뿐인 예전으로, 죄에 대해서 죽고, 새로운 생명으로 사는 것을 표시합니다. 그에 비해 성찬은 빵과 포도주를 받는 일에 의해 주님과의 지속적인 교제를 표시하며 반복적으로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교회는 성찬예배를 매달 드리고 있습니다. 송구영신예배와 4월, 7월, 10월은 첫 번째 주일에 성찬예배를 드리고 나머지 달에는 매월 첫 번째 토요일 새벽예배를 성찬 예배로 드립니다. 이 성찬은 거기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하게 주어진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기념함으로 서로가 하나됨을 확인하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한 새사람으로 태어났으므로 서로가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찬은 크게 세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님의 만찬에 참여하며 하늘 식탁을 미리 맛보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누가복음 22:30; 요한계시록 3:20; 에베소서 2:12-19). 특별히 에베소서 말씀은 “둘로 하나를 만드사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고... 이 둘로 자기의 안에서 한 새 사람을 지어 화평하게 하시고 또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심이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식탁을 미리 맛보는 과정에서 에베소서는 하나됨, 화평, 화목 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찬에 참여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계의 회복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 하나되지 못한 부분이 다시 회복되는 시간이 먼저 전제되어야 우리는 주님의 만찬에 참여해서 그 분이 우리에게 주시는 화평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찬을 앞둔 한 주간 매일의 삶에서 가정, 목장, 교회, 직장 속에서 우리가 맺는 관계를 돌아보고 회복하는데 집중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둘째, 주님을 기념하며 우리의 만찬 속에서 영적으로 그 분이 우리에게 임재하심을 믿는 신앙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주님은 친히 제자들을 향해서 “이것을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을 기념한다는 뜻은 주님의 죽으심만을 단순하게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뜻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이루신 모든 일을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세상에 육신으로 오셔서 스스로 섬김의 종으로 사시면서 백성을 치유하시고 위로하시고,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후 지금은 우리 가운데 성령으로 친히 동행하시는 모든 삶의 모습을 우리가 닮아가고 구체화시킨다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성찬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그 예식을 행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예식을 준비하면서, 예식을 통해서, 또 예식 이후에 우리에게서 주님을 닮은 삶의 방식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이 나타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주님을 기념하고 주님은 그런 내게 나타나시고 내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주님의 임재를 늘 경험하는 삶을 살아갈 때 성찬은 비로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셋째, 성찬은 교제하며 감사하는 실제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성찬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인 Holy Communion 이라는 말은 우리말로 “거룩한 교제”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님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서 한 지체가 된 사람들로서 같은 목적과 방향을 추구하고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서 신앙의 성숙을 이루어내는 것을 말합니다. 비교가 아니라 감사로 자존심이 아니라 자존감을 키워내는 삶을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고 보니 성찬을 “Eucharist"라고도 하는데 이는 ”감사“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찬의 의미들이 다음 주일 성찬예배에서 우리 모두에게 경험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