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난 수요일(9/23) 저녁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평상시에도 복잡한 서울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더 복잡한 느낌이었습니다. 청년 시절 같이 신앙생활했던 후배가 예약해준 콜밴으로 처가로 이동하는 긴 시간 가운데 운전 기사님께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애쓰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그 상황을 당혹스러워하는 저 자신의 모습 안에서 복음을 부끄러워하는 진짜 저의 모습, 한 영혼의 구원에 대한 애정이 부족하기 짝이 없는 진짜 저의 모습을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사 선생님은 10년 전에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세 딸을 기르신 참 선하고 착하신 분이셨는데 놀랍게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예수님을 소개하지도, 교회에 가보자고 권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제 아내와의 만남을 불쾌하게 느끼지 않고 주님을 만나는 통로로 써 주시기를 자는 척하며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으로 아내의 사역을 도왔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어떠하던지 입다를 하나님의 사람, 믿음의 사람으로 불러 주시는 하나님의 눈에는 저보다 제 아내가 더 기특할 것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서울에 있는 처가가 제가 세례를 받고, 자라고, 청년부 회장으로, 주일학교 교사로, 고등부 총무집사로, 그리고 초등부 전도사로 사역했던 저의 모교회 바로 옆으로 이사를해서 목요일 새벽예배를 그곳에서 드릴 수 있었습니다. 모교회 주변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모교회에서 새벽예배를 드리면서 고향이 없어졌다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15년 전 제가 교회를 떠나던 때에 2천명 정도 모이던 교회가 지금은 만명이 모이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예배당, 새로운 담임목사님과 교역자님들, 제가 전혀 모르는 수 많은 새로운 성도님들.... 그 낯섬 속에 고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제 마음 속에 밀려왔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결혼하던 그날 교회 마당에 활짝 피어 있었던 목련 나무도 사라졌고, 제가 깊이 하나님을 체험하고 경험하였던 지하 기도실도 없어졌습니다. 금요일 밤 청년들과 철야 기도를 하고, 토요일 새벽 따뜻한 커피와 차와 그리고 전도지를 들고 누비고 다녔던 낙성대 거리도 화려하고 번잡하게 변해버렸습니다. 청년들과 함께 자주 찾던 분식집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모교회가 성장한 기쁨보다 고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제 마음….. 변화에는 기쁨도 있지만, 때로 아쉬움도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없다면 성장도 없을 것입니다. 잃은 영혼이 구원받고 예수님의 제자가 세워져서 예배당을 가득 메운 교회, 다음 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비록 고향을 잃어버리는 것 같은 아쉬움이 짙게 몰려 온다 하더라도 그 아쉬움이라는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고 변화하기를 선택해야 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제가 한국에 오면서 꼭 만나뵙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대구 삼덕교회를 섬기시는 김태범 목사님. 저는 김태범 목사님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김 목사님도 제가 누군지조차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5년 전 해외한인장로회 서북노회 목회자 계속교육 강사로 오셨을 때 김태범 목사님의 시편 23편 강해를 들으면서 저는 충격과 감격과 감사 속에 기대하지 못했던 깊은 은혜를 받았고, 그 때부터 지난 5년간 매년 고난주간마다 특별새벽기도회 2주간을 반복해서 저 자신에게 그리고 시온영락교회에 시편23편 말씀을 나누어 왔습니다. 그 때 김태범 목사님으로 부터 배운 내용입니다.
시편 23편을 통해서 그 때 받은 은혜, 지금도 받고 있는 은혜가 너무 커서, 직접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싶고, 더 깊은 배움의 시간도 갖고 싶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시편23편의 영성으로 평생 목회하신 교회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마음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요일 자정 즈음에 출발하여, 금요일 새벽 4시 대구 삼덕교회에 도착해서 교회도 둘러보고 새벽예배에도 함께 했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함께 점심 식사를 나눌 약속을 잡았습니다. 그 만남이 너무나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 만남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실 은혜를 사모하며 기다리게 됩니다.
지금은 부산입니다. 토요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시온영락 가족 여러분들을 생각하면서 몇자 적습니다. 시온영락가족여러분의 사랑과 배려로 저는 14년만에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는 특권을 누립니다. 이 특별한 은혜의 기간에 하나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부어주실 은총을 더 간절히 기대하게 되는 새벽입니다. 저에게 부어지는 은혜들은 여러분들에게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시온영락가족 여러분들께, 목자님 목녀님들께, 이목사님과 장로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와 사랑의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