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밖에 나갔다 돌아왔더니 책상 위에 은석이가 준비해둔 카드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Mother's Day를 맞이해서 뭔가 준비한 것을 엄마에게 주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제 생일 때, 이것저것 준비해놓고는 아침에 몰래 부스럭거리며 문 밖에서 준비해서 갑자기 생일케익을 가지고 들어오며 노래를 부르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해 주려던 일이 기억이 나서 빙그레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의미와 가치란 어떤 일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애써서 그 일에 무엇인가를 부여하는 노력으로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어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제 아내도 은석이가 애썼던 의미를 마음껏 받으며, 감격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준비한 카드와 선물을 받았습니다.
어느 새 부모가 되었고, 아이의 격려를 받고 그 격려에 대한 반응의 표현으로 그 아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하는 시절에 들어선 것을 보니, 세월 저만치에서 하루라도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가슴 설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삶이란 흐르고 흘러 삶이 가고 간 자리에 얼굴이 바뀌어 서 있게 됩니다. 부모가 섰던 자리에 내가 서고, 내가 섰던 그 자리에 또 자식이 서서, 그 누구나 했던, 비슷한 감정과 수고와 애씀으로 우리의 삶은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사실은 자식 노릇을 하는 것도 부모 노릇을 하는 것도, 아니 그것을 넘어서 사람 노릇을 하는 것도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냥 사는 대로 살아서 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룰 바를 이루고, 해야 할 바를 하고, 갖출 것을 갖추어야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삶이란 것은 때로, 이루지도 못하고, 잘 하지도 못하고, 갖추지 못한 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했던 그 누구도 그러했듯이 우리는 그래도 잘 살아갈 것입니다. 넘어져도, 실망해도, 이기지 못해도,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그 수많은 이들이 아직도 살고 있고, 어떤 지경에서도 소망을 갖고 삽니다.
오늘은 이제는 이 땅에서 뵐 수 없는 어머니와 한국에서 혼자서 살아가시는 아버지 생각이 계속해서 납니다. 그 의미가 무엇일까도 생각이 됩니다. 자식이 된다는 것도, 부모가 된다는 것도, 쉽지 않으나, 그러나 서로가 얼굴 볼 수 있을 때, 한순간이라도 마음이 따뜻할 때, 사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이 땅에서 허락된 시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더더욱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모든 관계의 주인 되신다는 것을 믿는다면 더더욱 우리의 관계가 회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라면 오늘은 그 어디서든 자식에게 대해, 섭섭하고 아쉬운 것은 다 잊고, 기쁜 것만 생각하십시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서 복이 흘러갈 대상으로 주신 우리의 자녀들을 가슴으로 품고, 그 자녀들이 부모 되었을 때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기억하며 좇아가도 행복할 수 있는 넉넉함으로 품어봅시다. 자녀라면 지나간 삶에서 가장 가까웠기에 서로를 찌를 수도 있었던 삶의 과정을 넘어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안아보십시다. 한 번 더 연락드리고 한 번 더 만나십시다. 그래서 이 땅에서 허락된 우리의 시간을 가장 소중한 관계인 그 분들과의 삶으로 인해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어 가십시다.